『불안』 — 알랭 드 보통

책은 크게 불안의 1.원인과 2.해법으로 나뉜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가장 중심에는 ‘지위’가 있다고 말한다.
세부 원인으로 사랑의 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을 꼽고 이것들은 결국 지위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서술한다.

해법에서는 예술·정치·기독교·보헤미아를 설명한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결국 지위를 다시 정의하고 재구성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지위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살 수 없다. 대신 무엇을 가치 있다고 생각할지, 어떤 기준으로 나와 타인을 평가할지에 대해서는 하나의 답만 존재하지 않는다. 책은 여러 시대와 관점을 통해 그 선택지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나의 기준에서 벗어나 다른 길도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에 숨통을 틔워준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인간의 불안이 지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적 상황이나 사회의 변화처럼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인한 불안은 시대마다 다른 모습으로 반복되어 왔다. 그렇다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까지 붙잡고 불안해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게 됐다.

책에서는 지위를 불안의 원인으로 이야기하지만, 나는 결국 ‘나를 이루는 지위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받아들였다.

예를 들어 사랑의 결핍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면, 먼저 나는 무엇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지, 누구에게 어떤 방식의 사랑을 기대하는지, 그것을 꼭 한 사람이나 한 관계에서만 얻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가 제시하는 하나의 기준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을 만들고 내가 따를 지위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론으로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그렇게 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내 기준을 세우는 일 역시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조금 막막하다.

그래도 불안을 막연한 감정으로만 두지 않고 원인을 나누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진정됐다.